[요약]
“마음을 다친다는 것은 마음에 따귀를 맞는 것과 같다!”
무엇이 우리의 마음을 상하게 하는가? 비난이나 배척, 거절, 따돌림, 무시 같은 스스로 가치가 깎인 듯한 느낌이 들게 하는 것들이 마음 상함의 직접적인 계기가 된다. 그 이면에는 모든 일은 자기와 관련된 것으로 받아들이는 태도라든지 모든 악한 것을 남의 것으로 간주하는 투사, 타인의 생각을 자신의 것으로 비판 없이 받아들이는 내사 등이 우리를 과거의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한다.
『따귀 맞은 영혼』은 사람들이 언제, 왜 상처받고 괴로워하는지 그리고 거기서 헤어 나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이 책은 일상에서 느끼는 좌절감, 우울감, 불안감, 분노, 수치심, 소외감 등이 서로 어떻게 연관되어 있으며,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게슈탈트 심리치료 이론으로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삶은 만남으로 이루어져 있기에 남과의 관계에서 겪는 마음 상함이라는 것도 어떻게 보면 피할 수 없다. 그러나 우리의 선택에 따라 이 마음 상함에 훨씬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음을 이 책은 보여 준다.
내사는 백설공주 목에 걸린 사과 같은 것
‘속상하다’, ‘자존심 상한다’ 같은 비교적 가벼운 표현부터 ‘끌탕’, ‘울화병’, 심지어 ‘한’이라는 개념에 이르기까지, 우리말에는 상처 난 마음을 표현하는 말이 참으로 다양합니다. 상처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결국 누구나 모두 겪게 마련인 체험’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고나 할까요?
이 책에서 다루는 주요 키워드 중 하나가 ‘내사’(introjektion)와 미해결 과제인데요. 이것을 본인이 알고 어떻게 다루느냐가 관건입니다. 내사는 어떤 메시지가 동화되지 못하거나 씹지 않은 채 삼켜지면서 내면화되는 것으로, 시간이 지나면서 내사는 신념이 되고 성격상 특징이 되어 핵심 감정으로 자리 잡게 됩니다.
마치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 이야기에서 백설 공주가 채 삼키지 못하고 목에 걸린 사과 같은 것으로 자신의 몸에 녹아 체득되지 않고 어설프게 걸려 있어 삶의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말합니다. 내사 성향이 농후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마음을 다치기가 쉽다고 해요.
▶ 저자가 상담의 이론적 토대로 삼고 있는 ‘게슈탈트 심리학’은 외부로부터 자극을 받으면 사람은 그것을 자기에게 의미 있는 욕구(게슈탈트)로 형성하여 인식하는 한편, 그때부터 자기 안의 에너지를 모아 이 욕구를 해결하는 데 전념합니다. 그리하여 마침내 욕구가 채워지게 되면 이 게슈탈트는 해체되어 인식의 배경으로 물러나면서, 한 가지 체험이 완성됩니다.
그런데 어떤 이유에선가 게슈탈트의 이러한 형성-해체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아 해결되지 않은 게슈탈트가 내면에서 떠돌면, 마치 체증에 걸린 것처럼 그 체험을 소화해내지 못함으로써 자신의 진정한 욕구를 인식하지 못하는 삶을 살게 됩니다. 게슈탈트 심리치료의 초점은 내담자에게 이 ‘해결되지 못한’ 욕구를 찾아내어 해소하도록 하는 데로 모아집니다.
우리는 경험과 내사가 합쳐서 세상과 자신을 보는 안경을 쓰게 되는데, 어린 시절에 성격이 형성되는 과정과 유사해 보입니다. 내사에 집착하지 않는 것이 바로 자유로워지는 길이고, 그럴 때 생각과 행동의 유연성이 있어서 최선의 에너지를 쓸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마음 상하는 상황에서 벗어나는 방법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마음 상한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책을 읽으며 메모해 두었지만, 책 분량에 비해 참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 한 번 읽고 내용을 다 담아내기는 어려웠습니다. 마음 상하는 상황에 대처하는 몇 가지 방법을 눈여겨보았습니다.
* 마음 상했음을 고백하기 / * 관계를 끊는 대신 거리 두기 / * 자기 고요의 심리적 주제 인식하기 / * 게임에서 손 떼기
* 자존감 확립하기 / * 변화의 열쇠는 접촉 / * 사물을 다르게 보기 / * 몸을 움직이기 / * 공감과 화해 / * 희망, 그리고 느긋함…
조급해서 빨리 문제를 해결하려다 마음이 더 상하고 역효과를 보는 경우가 있는데, 느긋함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는 점과 '몸을 움직이기'라는 해법이 눈길을 끕니다. 대개 상처받은 사람은 관계를 끊고 어딘가로 숨어 버리려고 합니다. 그러나 타인과의 관계를 끊고 자기 안에 숨어버리는 대신 마음이 상했다는 것을 상대에게 고백하고 상대와 일정한 거리를 두고 계속 접촉하는 것이 마음의 상처에서 벗어나는 첫걸음입니다.
또한 이 책은 독일 사람들의 임상 사례를 예로 들고 있지만, 보통 사람들이 겪는 마음의 상처는 독일이나 한국이나 별반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각각의 사례들은 저마다 독특한 배경과 아픔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을 이해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는데, 그것은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마음이 상하는 것은 삶의 일부이기에 완벽하게 극복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어머니의 손길(Good enough mother)처럼 자상한 상담자로서 이 책의 조언에 경청한다면 앞으로 좀 덜 상처받고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대처하며 자신을 치유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새로운 시각이 열릴 것입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저자 : 배르벨 바르데츠키 (Barbel Wardetzki)
40년간 관계에서 상처받은 사람을 전문적으로 치유해 온 심리학자이자 심리 상담가다. 1981년 심리학 디플로마를 취득한 후 미국으로 건너가 게슈탈트 심리치료를 공부했고, 독일로 돌아온 뒤에는 10년 가까이 그뢰넨바흐 심인성질환 전문병원에서 근무했다. 지금도 뮌헨에서 심리 상담소를 운영하며, 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독일을 대표하는 심리학자로서 세계 곳곳에서 ‘나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법’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